『노란벽지』

  나는 내 앞에서 고통받는 한 사람을 헤아리며 사는가.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 의사인 남편은 아내의 아픔을 모른다. 문득 윤동주의 시 <병원>이 떠오른다. 늙은 일본인 의사가 일제강점 아래 살아가는 한 젊은이가 끌어안은 고뇌의 무게를 헤아릴 수 없었던 것처럼, 남편인 존은 아내의 병을 알지 못한다. 진료는 하나, 그 병이 어디에 근원하고 있는지를 모른다. 두 의사는 […]

『카인의 후예』

무엇이 그들을 카인의 후예로 만들었는가.    사람은 그가 처한 환경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선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악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그가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사람은 늘 똑같은 선택만을 하는 불변의 기계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하고 달라지는 살아있는 존재이다. 사람을 함부로 이기적인 인간, 이타적인 인간이라고 일반화하거나 하고 […]

『여성의 권리 옹호』

나의 가난한 눈에는 인류 절반의 고통이 보이지 않았다.    인간, 지적인 비겁함에 갇힌 존재.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다음, 나홀로 나직인 말이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메모를 써내려 갔다.  자신의 폭력과 만행을 직시하기보다, 합리화하기에 바쁜 존재. 들여다보기 힘들거나 싫은 삶의 문제들을 애써 스스로 외면하고, 사회의 악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면 이를 얼마든지 방관하며 살아가는 존재. 인간 자신의 […]

『이반일리치의 죽음』

  사회적 성공과 명예를 좇던 한 남자가 있었다.    사회적 성공과 명예를 좇으며 살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반 일리치. 이반 일리치가 죽었을 때, 동료들은 가장 먼저 자신이 죽지 않았음에 안도한다. 이반 일리치의 오랜 친구는 이반 일리치가 일했던 자리에, 아내의 처남이 일을 할 수도 있음에 골몰하고, 이반 일리치의 부인은 남편의 사망보다도, 남편의 사망으로 인해 국고에서 어떻게 […]

『칼의 노래』

  전쟁 속에서 저마다, 홀로 맞은 죽음의 무게들.    소설가의 글과 화가의 그림은 같은 것일까. 김훈의 『칼의 노래』는 내게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닮은 것이었다. 독일 나치에 의해 학살당한 스페인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 사람들의 고통과 울부짖음을 그려냈던 피카소. 그런 피카소의 그림처럼, 김훈의 글에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의해 고통받은 ‘조선 민초의 고난’과 ‘일본에 맞서 나라를 근심하였던 이순신’의 고뇌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