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무엇이고,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려 하는가. 그것을 읽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전시를 감상하는 사람들의 일이라고 믿는다. 예술은 정의할 수 없기에 아름다운 것은 아니던가. 예술을 무어라 말할 수 없기에 신비로운 것은 아니던가. 말과 글이라는 작은 그릇을 해체하고, 새로운 그릇을 꺼내든 것이 예술은 아니던가. 때로는 진실을, 때로는 관찰을, 때로는 생각을, 때로는 사회를, 때로는 인간을 드러내는 것이 예술은 아니었던가. 인간의 삶을, 인간의 이야기를, 인간의 슬픔을, 인간의 분노를, 인간의 사랑을 담아내는 그릇이 예술이 아니던가. 나는 예술가의 일을 알지 못한다. 다만 예술가의 고뇌에 대한 존중과 그가 표현하려 한 작품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뿐이다.

   내가 예술 앞에서 할 수 있는 있는 일은 두 가지 뿐이다. 머무는 것과 생각하는 것. 도시의 바쁜 속도로부터 떨어져, 잠시 고요히 작품 앞에서 충분히 머무는 것. 그리고 작품 너머의 예술가의 바람과 작품 속에 담긴 뜻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 속에서 얻은 화두를 다시 내 삶으로 가져와 다시 머물러보는 것. 쉬이 해석하고 판단하여 낙인을 찍기보다, 더 머무르기 위해 노력하는 것. 더 머무르다보면 때때로 작품과 나의 정신이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 더 깊이 대화하게 위해 머무르고, 더 생각할 수 있게 머무르는 것. 그 머무름의 시간만큼, 대화와 생각의 깊이도 깊어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