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 경직되어가는 내 마음이 일깨워지기를

 

   처음 도서관에서 『촛불혁명』을 빌렸을 때의 감정은 ‘정성’이었다. 이 책을 만드신 분들의 정성된 마음이, 쉬이 내게 전해지는 그런 책이다. 나는 며칠간 밤마다 <촛불혁명>을 읽으며 잠들었다. 홀로 책상에 앉아 천천히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갔다. 숨을 죽이며 한 장 한 장의 촛불 사진을 넘겼다. 나에게 이 책은 깊은 감동이었다. 나의 섣부른 몇 마디로 이 책을 담아내고 싶지 않다. 부디 당신도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며, 이 책을 직접 읽어보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내 마음을 알아주고 헤아려 봐주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고 싶다. 때때로 깊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언어는 참으로 왜소한 것이 된다. 이 책은 참으로 깊다. 사랑으로써 깊고, 사람다움으로 깊으며, 고매한 인격으로 깊다.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사람을 향한 따스한 시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마음들이 절로 느껴진다. 책 속에, 책 뒤에 사랑으로 살아낸 사람들이 있다. 사랑이 이끌었을 깊은 고민과 누군가의 고통과 아픔에 함께 아파하며 세상의 부조리와 치열하게 분투해온 흔적들이, 짧은 글 속에 배어있다.

   바쁘게 흘러가는 세상의 속도로 읽어 내려가서는 안 될 글이다. 글의 깊음만큼 나도 천천히 깊고도 고요한 마음으로 마주해야 쉬이 보일 글들이다. 책 속에 담긴 시민들의 짧은 한 마디와, 촛불을 들고 한 사람의 존재로서 촛불혁명에 일부가 된 사람들의 사진도 참으로 아름답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이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게 한다. 나를 일깨우고, 나를 부끄럽게 하며,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나 자신만 생각하고 고집하느라 보지 못했던, 세상 속의 아픔도 들여다보게 한다. 참으로 귀한 책이다. 참으로 따스한 책이다. 세상의 목소리 없는 우리의 이웃들을 대신한 뜨거운 목소리가 담겨있다. 잊혀져가는 촛불혁명의 감동들을, 정성으로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을 준비하신 모든 분들과 촛불로 우리의 마음과 세상을 밝히셨던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은, 참사람은 자신의 삶으로 세상을 밝힌다. 자신의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길이 된다. 상처받아 굳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자신의 삶으로 보듬고 일깨운다. 참사랑이 머문 자리에는 참사람이 남고, 참사람이 머문 자리에는 참사랑이 남는다. 이 책은 누군가가 자신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작은 사랑의 표현 같았다. 참사람이 참사랑으로 낳은 작은 열매이리라. 참사람의 아름다움은, 사람을 잊고 소비로써 삶을 향유하라는 자본주의 슬픈 강령을 왜소하게 만든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깊은 위로와 마음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아름다움이다. 나도 나의 삶 속에서, 저런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도록 마음을 일으킨다. 이런 따스한 시선과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내 마음 속에 절로 피어난다. 동시에 내가 먼저 그러한 모습으로 그동안 살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내가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하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먼저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내가 자리한 곳에서, 작은 사랑의 만남을 키워갈 수 있기를.

   곧 있으면 촛불을 든 한 사람 한 사람 시민의 이름으로, 국정농단 반민주 세력을 하야시킨 지 1년이 되는 해이다. 쉽지 않은 일상 속의 세상살이에 오늘의 내 마음은 다시 한 뼘 굳어져가고, 작년 한 해의 마음도 잊혀져간다. 사람의 망각은 참으로 귀하디 귀한 것인데, 때때로 잊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이 잊힐 때마다 야속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을 펼쳐들면 참 좋겠다. 순간순간 경직되어가는 내 마음이, 순간순간 일깨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촛불혁명은 그 때만의 아름다움으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지금도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고. 내 삶의 현장에서 내 삶으로 나만의 촛불을 밝히어야만 한다고. 여전히 만연한 사회의 지배질서와 권력구조를 직시함과 동시에, 내 곁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그리 내 삶에 작은 경종을 울리며 살아가기를.

   촛불혁명 속에서 타올랐던 ‘우리네 모두의 마음’이 한 해 한 해 더욱 깊어졌으면 좋겠다. 과거 안창호 선생께서 말씀하셨던 저마다 ‘건실한 인격자의 삶’으로 나아가는 길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저마다의 건강한 인격들이, 저마다의 삶의 길로 부디 진정한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디딤돌이었으면 좋겠다. 인간을 소외시키는 자본주의의 현실 안에서도, 인간에 대한 불신을 키워가며 삶을 회의하기보다, 부디 그러한 논리에 포섭되지 않고, 자신이 발을 내딛고 있는 삶의 현장 속에서 자신만의 소중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홀로 큰 빛을 세상에 비추려하기보다, 작은 빛으로써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큰 빛을 내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부디 나에게 주어진 투표라는 권리의 참 가치를 알고, 바르게 행사할 수 있기를. 건강한 인격들의 단결로 나라와 민족의 바른 기틀을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던 흥사단의 정신처럼, 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부디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어나가는 시발점임을 잊지 않기를.

   군사독재 속에서, 거꾸로 매달려 고문을 받으셨던 우리네 한 어르신을 생각한다. 죽음과 부조리 앞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자신의 몸 속 수십조 개의 세포들을 향해, ‘산 자여 따르라’고 온 몸으로 부르짖으셨다. 부디 나도 내 몸과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한 걸음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리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부터 살려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산 자여 따르라’던 우리네 어르신들의 그 고매한 기개와 정신을 기억하며, 오늘의 나의 한 걸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