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E>

 

인간적인 기계, 기계같은 인간.

 

   자본 만능주의 속에서, 끝없이 소비하고, 버리고, 낭비하는 인간의 끝은 이러한 모습일까. 아름다운 지구와 자연은 황폐화 되어버렸고, 인류는 우주선에 갇혀 오로지 기계에만 의존하며 수동적 삶을 살아간다. 움직이지 않으니 뚱뚱해져가만 가는 인간들. 마치 오늘의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역설적이게도 이 곳에서 가장 인간적인 것은 약 700년 전의 인류가 만들었던 월-E라는 기계. 오직 이 월-E라는 기계만이 인간적인 것을 닮아 있다. 영화 속에는 기계에 의존하여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월-E라는 기계를 통해, 인간적인 살아있는 삶을 발견하고 회복해나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월-E 덕분에 사람들은 가상현실로부터 벗어나 사람과의 만남을 되찾고, 잊고 살던 자연 속 새싹을 발견하며, 새싹 한 올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발견한다. 그 시작은 오토라는 인류의 삶을 통제하던 기계로부터, 인간 선장의 주도권 확보였다. 700년의 시간동안 인류는 우주선 속에서 기계에 의존한 수동적 삶에 익숙해져, 인간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활동을 잊어버린 인류. 지구의 땅과 하늘, 바다와 자연, 춤과 인간적인 모든 활동을 모르는 채로 살다가, ‘지구에서 온 한 올의 새싹’을 통해 인간다운 삶과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시작된다. 컴퓨터로 지구의 것들을 학습하며 마주하게 되는 것은 지금 자신의 삶에 대한 의문. 기계에 의존해 손가락만 까딱하는 수동적인 삶, 기계를 닮은 자신의 삶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의 새싹에서 희망을 바라보고, 황폐한 지구로 돌아오는 한 인간과 인류. 사실 그들의 깨달음과 물음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간절히 필요한 것이리라.  

   지금 나의 삶은 안녕한가. 지금 내 삶의 주도권과 능동성은 어디로 갔는가. 하나의 새싹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지혜와, 그 희망을 벗삼아 기존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 시작을 내딛는 살아있는 마음, 그런 마음이 내게 있는가. 지금 오늘의 내 삶에 대한 진지한 의문과, 능동적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 그런 용기가 내게 있는가.

   오늘의 우리는 지금처럼 흥청망청 자연과 지구를 마음껏 쓰고 낭비하다가 다른 별을 찾아 우주로 떠나면 되는 것일까. 편안하고 유흥을 즐길 수만 있다면, 가만히 앉아 놀고 먹는 것이 더 좋은 삶인 것일까. 영화 속의 인류가 700년 전 지구를 포기하고 우주로 떠나버린 것처럼, 지금 나의 마음 역시 지구와 자연을 가꾸고 보호하는 것으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닐까. 처음 새싹을 바라보았던 마지막 인류의 선장처럼, 나는 하나의 새싹을 바라보며 푸른빛 대자연을 품은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을까. 오늘날 미세먼지와 미세플라스틱, 기후변화와 자연파괴로 망가지는 지구 속 삶일지라도, 나는 하나의 새싹이 가진 가능성을 생각하며 지금의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마음을 먹고, 행동해나갈 수 있을까. 부디 나의 굼뜬 마음과 발이 마음 깊이 깨달을 수 있기를. 

   인간적인 로봇 월-E는 참으로 귀한 존재다. 만약 영화 [ 월-E ] 속 로봇이라는 설정이, 인간적인 삶으로부터 멀어져 기계처럼 살아가는 현대의 마비된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는 하나의 비유라면, 월-E의 존재는 더욱 사랑스럽다. 다른 모든 인간들이 기계적 삶을 살아가는 순간에도 월-E 그 자신만큼은,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잊지 않은 채로 살아왔기 때문이리라. 명령과 복종에만 익숙한 기계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또 다른 로봇 이브Eve에게 ‘인간적인 삶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는 월-E. 월-E는 자신의 삶으로, 또 다르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명령과 복종에만 길들여진 이브에게 능동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 월-E의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보였을까. 사랑의 마음에서 출발하여 이브에게로 다가가는 월-E의 언행과 마음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사회가 아무리 비인간적이며, 기계적 삶으로 흘러갈지라도, 자신만의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그의 존재는 너무나 소중하게 보인다

   나는 그런 월-E를 바라보며 묻는다. 지금의 내게는 월-E가 가진 그런 인간적인 모습이 살아있는가. 혹 명령과 복종에만 익숙하여 기계적 삶을 살아가는 과거 이브Eve의 모습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가. 인류를 길들이는 영화 속 BnL회사의 세계처럼, ‘화려한 소비적 삶과 향유적 삶, 광고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유혹하는 오늘날의 자본 만능주의적 삶’ 앞에서, 지금의 나는 나만의 삶과 내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지켜나가며 살고 있는가. 깊이 물어볼 일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내 마음에 또렷하게 남았던 것은 ‘월-E의 다가가는 손’이었다. 이브의 감화는 월-E의 사랑, 그 예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이브를 향해 다가가던 월-E 손, 월-E를 향해 다가가던 이브의 손. 나는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두 손이 참으로 좋다. 그와 동시에 나는 다시금 묻게 된다. 지금 나에게는 먼저 이브에게 손을 뻗어 다가가던 월-E의 인간적인 마음이 살아있는가. 나는 지금 내 곁의 벗들과 이웃들에게 다가가는 따뜻한 손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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