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세계, 그 경이로운 여정.

   서로 같은 꿈을 꿈꾸던 젊은 두 남녀. 사랑에 빠져 서로만을 바라보며 함께 사느라, 자신들의 꿈을 미루고 살고 만다. 나이가 든 뒤 뒤늦게 미뤄두었던 꿈을 찾으러 함께 떠나려하지만, 시간의 무게는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먼저 떠나버린 아내, 그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뤄주고 싶어서였을까. 로맨틱 할아버지는 풍선 집을 타고, 자신과 아내가 어릴적부터 가고 싶어했던 미지의 땅으로 떠난다. 살아가는 내내 여러 이유와 핑계를 대면서 여행을 미루어왔던 자신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 엘리가 가고 싶었던 모험을 떠나지 못한 것에 마음이 쓰였던 것이리라. 아내가 자신에게 건넨 첫 고백마저도 함께 미지의 땅으로 가자고 약속하자는 cross your heart가 아니었던가.

   아내 엘리에게는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었던 My Adventure book이라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그녀는 미지의 땅에서 하고 싶었던 일들을 그 책 속에 담고 싶어했다. 남편 칼은 아내 대신 그 미지의 땅에서 기록을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 우여곡절 끝에 아내의 바람을 이루고, 그녀가 세상을 떠날 때 남긴 ‘My Adventure book’을 펴든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책에는 미지의 땅을 향한 모험이 아닌, 이미 다른 모험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바로 사랑하는 남편 칼과 함께 보낸 인생의 기록이었다. 

   엘리가 남긴 모험책은 나에게 작은 경종을 울린다. 돈을 모아 비행기를 타고 멀리, 또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것만이 꼭 모험은 아니라고. 이미 지금 우리 곁에는 ‘사람과 내 인생’이라는 모험도 있다고. 자신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내가 생애 이루고 싶었던 최고의 모험이었다고. 부디 이를 가벼이 여기거나, 흘려보내지 말라고. 뜨겁게 누비어보라고. 엘리는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남편에게도 인사를 잊지 않는다. ‘그동안 당신과의 모험, 너무나 고맙다. 당신의 삶, 당신의 모험을 누비기를’. 세상을 떠나는 엘리가 나에게도 전하는 작은 인사이리라.


   영화 [업]은 나에게 말한다. 우리 모두는 모험가라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사랑을 하고 인생을 함께 한다는 것. 그보다 놀랍고 다양한 세계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모두, 나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람이라는 세계를 누비는 모험가이리라. 사랑하는 이가 사랑하는 것들이 내 삶 속으로 깊이 다가오고, 같은 풍경을 바라봐도 새로이 보인다. 사랑에 빠진 이가 바라보는 세계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아가는 삶은 홀로 살 때는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모험이 아니던가. 해외로 떠나는 거창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모두들 온 인생에 걸쳐서 인생이라는 모험을, 길고도 짧은 여행을 떠난다. 그 여정에는 크고 작은 마찰과 어려움이 늘 함께 하지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여주며 만들어가는 삶, 그 삶이라는 여정은 또 하나의 경이일지도 모른다. 

  혹시 지금의 나는 거창한 여행만을 꿈꾸느라, 오늘 하루하루의 삶을 놓쳐버리고 있는 것은 아니던가. 내 옆에 살아 숨쉬는 수많은 세계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니던가. 그들이 무엇을 사랑하는지, 그들이 무엇을 즐기는지, 그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그저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들과 함께 인생을 순간순간 누빌 시간을 그저 다양한 이유를 들어가며 포기하고, 미루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사랑하는 이와 내가 ‘함께 바라보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부디 나와 당신은 그 시간을 뒤로 미루지 말기를. 자주 우리가 함께 바라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무엇보다 더 소중한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인생이라는 모험을 놓치지 않고, 소중히 할 수 있기를. Cross my heart!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이 순간에 감사하며, 나만의 모험의 순간들과 더불어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여정 속의 순간순간들을 소중히, 깊이 느끼고 누비어보기.

   당신이라면 어떤 모험을 떠나고 싶은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일, 아니면 내가 갈망하던 미지의 여행? 그 무엇도 좋으리라. 엘리는 말한다. 지금 당신은 이미 당신만의 모험을 하고 있노라고.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당신만의 여행을 하고 있노라고. 당신 삶이라는 여행을 부디 뜨겁게 누비어 보라고.